본문 바로가기

제주설화

일반신화

삼승할망과 구삼승할망

동해용왕이 서해용왕 딸과 혼인을 했다. 마흔이 다 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자 근심 끝에 점을 쳤다. 명산대찰에 정성을 들이면 자식을 얻는다 해서 동해용왕은 관음사에 가 백일기도를 정성껏 올렸다.

정성이 닿았는지 얼마 안 있어 용왕부인은 태기가 있었다. 아들을 바랐지만 선녀처럼 예쁜 딸이 태어났다. 조금 섭섭하긴 했지만 딸자식인들 어떠냐며 극진히 귀하게 키웠다.

그러나 너무 호호 모셔가며 키운 탓에 딸아이는 여러 가지 죄를 지었다. 한 살 때는 어머니 젖가슴을 때린 죄, 두 살 때는 아버지 수염을 뽑은 죄, 세살 때는 널어놓은 곡식을 흩뿌린 죄, 네 살 때는 조상 불효, 다섯 살 때는 친족 불화…, 아홉 살 때는 말 모르는 짐승을 때리는 죄를 지었다. 죄목이 점점 많아지자 용궁사람들의 원성이 높아만 갔다.

아버지 동해용왕은 이 딸을 죽이기로 작정했다. 딸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안 용왕부인이 남편을 달랬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을 어찌 죽일 수가 있습니까? 그러지말고 석함 속에 가두어 동해바다로 띄워버리는 게 어떻습니까?”

일이 진행되어 가자 용왕의 딸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머니, 나 인간 세상에 가서 무슨 일을 하며 살란 말입니까?”
“그곳에 생불왕(生佛王:인간을 잉태시켜 낳게 해주고 길러주는 신)이 없으니, 생불왕으로 들어서서 얻어먹고 살 거라.”
“어떻게 잉태시키고 어떻게 낳게 하는 겁니까?”
“아버지 몸에 하얀 피 석 달 열흘, 어머니 몸에 검은 피 석 달 열흘, 아홉 달…”

방법을 미처 다 듣기도 전에 용왕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용왕의 딸은 석함 속에 가두어진 채 자물쇠가 단단히 채워져 버리고 말았다. 석함에는 ‘임박사가 열어보라’는 글자가 씌어졌다.

동해바다로 띄워진 석함은 물 아래로 삼년, 물 위로 삼년을 떠다니다가 처녀물가에 닿았다. 석함은 임박사에게 넘겨졌다. 임박사가 발로 툭 차자 굳게 잠겨있던 자물쇠가 저절로 열렸다. 석함 속에는 꽃처럼 어여쁜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너는 귀신이냐, 사람이냐?”
“나는 동해용왕의 딸입니다. 인간에 생불왕이 없다고 해서 생불왕이 되려고 왔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 부부가 쉰이 지나도 아이가 없으니 생불을 주는 게 어떻겠느냐?”
“그럽시다.”

동해용왕 딸은 어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임박사 부인에게 생불을 주었다. 그러나 열 달 만삭이 되자 딱한 일이 생겨버렸다. 아버지의 호령 때문에 어디로 해산을 시켜야 하는지를 어머니에게 미처 못 들었던 것이다.

산모는 열두 달을 넘겨버렸다. 뱃속의 아이보다 산모가 사경에 이르게 되었다. 동해용왕 딸은 어떻게든 해산을 시켜보려고 은가위로 산모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솜솜이 끊고 아이를 꺼내려 했다. 그야말로 큰일이 났다. 산모와 아이를 모두 잃게 된 것이다.

겁이 난 동해용왕 딸은 임박사의 집을 빠져나와 처녀물가로 달려갔다. 그리고 버드나무 아래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어렵게 얻은 아이는 물론 부인마저 잃게 된 임박사는 그 애끓는 사정을 호소할 곳이 없었다. 생각 끝에 금백산에 올라가 칠성단을 차려놓고 요령을 흔들면서 옥황상제에게 호소했다.

임박사의 요령소리를 들은 옥황상제는 지부사천대왕을 불러 연유를 듣고, 인간세상의 생불왕으로 들어설만한 자를 추천하라고 했다.

“인간 명진국(수명이 긴 나라) 딸이 병인년 병인월 병인일 병인시에 태어났고, 부모에 대한 효심이 깊고 일가친족과 화목하고 깊은 물에 다리를 놓아 내를 건너게 하는 공덕을 쌓았으니, 그 아가씨를 생불왕으로 들여세우면 어떻겠습니까?”

옥황상제는 곧 금부도사(禁府都事)를 내려 보내 명진국 딸을 데려오도록 했다. 명진국 딸이 오자 옥황상제는 마음을 떠보기 위해 일부러 야단을 쳤다.

“총각머리 등에 진 아가씨가 어찌 대청 한 가운데로 들어오느냐?”
“남녀 구별이 있는데 어쩐 일로 총각머리 등에 진 처녀를 부릅디까?”
“영리하고 당차구나. 그만하면 인간 생불왕으로 들어설 만 하구나.”

옥황상제는 두 말 없이 생불왕으로 허락했다.

“옥황상제님. 어리고 미욱한 소녀가 어찌 생불을 주고 환생을 줍니까?”
“아버지 몸에 흰 피 석 달 열흘, 어머니 몸에 검은 피 석 달 열흘, 살 살려 석 달, 벼 살려 석 달, 열 달 채 못 채워서, 어머니 느슨한 뼈는 당기고 빠듯한 뼈는 늦추어서 열 두 궁문(宮門)으로 낳게 해라.”

그렇게 해서 명진국 딸은 물색 명주 속곳에 하얀 바지, 남색저고리에 자주색 치마를 입은 눈부신 차림으로 생불왕이 되어 사월 초파일에 인간세상에 내려 왔다. 명진국 딸이 처녀물가에 이르렀는데, 수양버들 아래서 웬 처녀가 슬피 울며 앉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사연을 물었다. 동해용왕의 딸이라는 처녀는 생불왕이 되려고 귀양왔다가 딱한 사정이 있어 울고 있다고 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내가 옥황황제의 분부를 받은 인간 생불왕입니다.”

명진국 딸의 딱 부러진 말을 들은 동해용왕 딸은 화를 벌컥 내며 일어서더니, 두말 않고 명진국 딸의 머리채를 감아쥐며 마구 때렸다. 명진국 딸은 차분하게 제안을 했다. “우리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옥황상제에게 가서 가려달라고 하는게 어떻겠느냐?”

두 처녀는 옥황상제에게 올라갔다. 난처해진 옥황상제는 시험을 해보기로했다.

“꽃씨를 하나씩 줄 테니 서천서역국(西天西域國) 모래밭에 심어라. 꽃이 피는 걸 보고 생불왕을 정하도록 하겠다.”

두 처녀는 저마다 모래밭에 꽃씨를 심었다. 움이 돋아나고 가지가 뻗어갔다.
옥황상제가 꽃을 심사하러 나갔다. 동해용궁 딸의 꽃은 뿌리도 하나고, 가지도 하나고, 순도 하나가 겨우 돋아나 있었다. 명진국 딸의 꽃은 뿌리는 하나지만, 4만5천6백 가지가 뻗어나고 있었다.

옥황상제의 분부가 내려졌다. “동해용왕 딸의 꽃은 이울어져가니, 죽어 저승에 간 아이의 영혼을 차지하는 저승할망으로 들어서라. 명진국 딸의 꽃은 번성하고 있으니 생불왕으로 들어서라”

화가 난 동해용왕 딸은 명진국 딸의 꽃가지 하나를 오도독 꺾어 가졌다. 명진국 딸이 대들었다.

“남의 꽃가지는 왜 꺾어 가지느냐?”
“아기가 태어나서 백일이 지나면 내가 경풍(驚風), 경세(驚勢) 따위의 온갖 병에 걸리게 하겠다.”

명진국 딸은 어떻게든 동해용왕의 딸을 달래야겠다고 생각하고 사정하듯 타일렀다.

“아기가 태어나면 너를 위해 좋은 음식을 차려줄 테니 서로 좋은 마음을 갖자.”

그렇게 하기로 하고 두 처녀는 작별잔을 나눈 뒤 헤어졌다. 동해용왕 딸은 저승으로 올라갔다.

생불왕이 되어 인간세상으로 내려온 명진국 딸은 우선 금백산 아래 비자나무를 기둥으로 삼고, 정자나무로 도리를 걸고, 대추나무로 서까래를 걸어 으리으리한 누각을 짓게 했다. 다락의 네 귀에는 풍경을 달아놓고, 널찍하게 내성과 외성을 둘렀다. 그리고 문 밖에 60명, 문 안에 60명의 아기업개를 거느렸다.

한쪽 손에는 번성꽃을, 한쪽 손에는 환생꽃을 쥐고 생불왕으로 좌정한 명진국 딸은 앉아서 천리를 보고, 서서 만리를 보며, 하루 만 명씩 잉태시켜 주고 또 해산시켜 주었다.

(注記) 이 신화는 ‘삼승할망’에게 자식을 점지해 주도록 비는 굿인 ‘불도맞이’에서 불려진다. 삼승할망은 아이의 잉태를 가져오는 산육신(産育神)인 삼신할머니다.
제주신화 속에서의 ‘할망’은 ‘여신’에게 붙이는 신격존칭으로 쓰인다. 삼승할망은 ‘생불왕’, ‘이승할망’, ‘불도할망’ 등으로도 부른다.
삼승할망인 명진국 딸은 병인년 병인월 병인일 병인시에 태어났다. 갑자년 갑자월에 이루어진 천지개벽, 을축년 을축월에 이루어진 고양부의 개국에 이은 중요한 출현인 것이다.
저승할망이 된 동해용왕의 딸은 ‘옛 삼승할망’이라는 뜻으로 ‘구삼승할망’이라고도 부른다. 꽃 심사에서 진 뒤 아이에게 궂은 병을 주겠다고 심술을 부리는 저승할망을 달래느라 삼승할망이 아이가 태어나면 좋은 음식을 차려주겠다고 한 약속 때문에 아이가 아프면 저승할망을 위한 음식상을 차려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문헌
  • 현용준(1976). 「제주도 신화」. 서문문고
  • 현용준(1996). 「제주도 전설」. 서문문고
  • 현용준(1996). 「제주도 민담」. 제주문화
  • 고대경(1997). 「신들의 고향」. 중명
자문위원
  • 현용준(제주대학교 명예교수)
담당부서
해양수산국 수산정책과
연락처
064-710-3296
Q. 현재 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만족도 조사
[フレーム]

유관기관 바로가기

실국홈페이지 메뉴열기
대변인 소통청렴담당관 성평등여성정책관 기획조정실 안전건강실 특별자치행정국 경제활력국 혁신산업국 복지가족국 기후환경국 건설주택국 교통항공국 15분도시추진단 문화체육교육국 관광교류국 농축산식품국 해양수산국 소방안전본부 강정공동체사업추진단 중앙협력본부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 전국체전기획단 새정부경제정책추진단
직속/사업소/합의제 메뉴열기
농업기술원 공공정책연수원 보건환경연구원 보훈청 제주항일기념관 제주소방서 서귀포소방서 서부소방서 동부소방서 자치경찰단 상하수도본부 세계유산본부 문화예술진흥원 민속자연사박물관 한라산국립공원 축산생명연구원 해양수산연구원 동물위생시험소 중앙협력본부 공공도서관 제주도립미술관 설문대여성문화센터 돌문화공원관리소 영어교육도시사무소 제주고용센터 감사위원회 지방노동위원회 자치경찰위원회 제주공익활동지원센터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마을소개 메뉴열기
제주시 일도1동 일도2동 이도1동 이도2동 삼도1동 삼도2동 용담1동 용담2동 건입동 화북동 삼양동 봉개동 아라동 오라동 연동 노형동 외도동 이호동 도두동 한림읍 귀덕1리 귀덕2리 귀덕3리 수원리 한수리 대림리 한림1리 한림2리 한림3리 강구리 상대리 동명리 명월리 월림리 금악리 협재리 옹포리 금능리 월령리 비양리 애월읍 애월리 곽지리 금성리 봉성리 어음1리 어음2리 납읍리 상가리 소길리 하가리 장전리 유수암리 신엄리 중엄리 구엄리 용흥리 고내리 하귀1리 하귀2리 상귀리 수산리 고성1리 고성2리 광령1리 광령2리 광령3리 구좌읍 동복리 김녕리 덕천리 월정리 행원리 한동리 평대리 송당리 세화리 상도리 하도리 종달리 조천읍 신촌리 조천리 신흥리 북촌리 선흘1리 선흘2리 와산리 대흘1리 대흘2리 함덕리 와흘리 교래리 한경면 판포리 금등리 한원리 두모리 신창리 용당리 용수리 고산1리 고산2리 조수1리 조수2리 낙천리 청수리 산양리 추자면 대서리 영흥리 묵리 신양1리 신양2리 예초리 우도면 서광리 천진리 조일리 오봉리 서귀포시 송산동 서호동 보목동 호근동 정방동 새서귀포 중앙동 강정동 천지동 용흥동 신효동 도순동 하효동 토평동 중문동 대포동 상효1동 상효2동 하원동 법호촌동 회수동 돈내코 색달동 동홍동 상예1동 상예2동 서홍동 법환동 하예1동 하예2동 대정읍 상모1리 상모2리 상모3리 하모1리 하모2리 하모3리 동일1리 동일2리 일과1리 일과2리 인성리 안성리 보성리 신평리 가파리 마라리 영락리 무릉1리 신도1리 신도2리 신도3리 남원읍 남원1리 남원2리 태흥1리 태흥2리 태흥3리 위미1리 위미2리 위미3리 하례1리 하례2리 신례1리 신례2리 한남리 수망리 의귀리 신흥1리 신흥2리 성산읍 성산리 오조리 시흥리 고성리 수산2리 신양리 온평리 난산리 신산리 삼달1리 삼달2리 신풍리 신천리 안덕면 화순리 사계리 덕수리 서광서리 서광동리 동광리 광평리 상천리 상창리 창천리 대평리 표선면 표선리 하천리 성읍1리 성읍2리 가시리 세화1리 세화2리 세화3리 토산1리 ==제주시정보화마을== 영평마을 저지정보화마을 상명정보화마을 섬머리도두마을 ==서귀포시 정보화마을== 월평화훼정보화마을 상예정보화마을 무릉도원정보화마을 수산정보화마을 알토산정보화마을
유관기관 메뉴열기
제주지방경찰청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주지방병무청 제주해양경찰서 도교육청 제주의료원 서귀포의료원 도개발공사 제주관광공사 제주에너지공사 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 도 경제통상진흥원 제주컨벤션뷰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테크노파크 도관광협회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 도체육회 제주연구원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제주콘텐츠진흥원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신용보증재단 제주4.3평화재단 국제평화재단 탐라영재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여성가족연구원 마을만들기 종합지원센터 통계데이터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제주1 어린이·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 제주2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제주3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제주4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서비스원 제주특별자치도 아이돌봄광역지원센터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SNS 메뉴열기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맞춤메뉴 설정

메뉴바로가기

제주특별자치도청 및 도청 산하 홈페이지들의 메뉴 바로가기를 설정합니다.
로그인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10개까지만 추가 가능합니다.
* 로그인을 하시면 각 메뉴 페이지에서 바로 메뉴바로가기를 추가 하실 수 있습니다.

저장하기

맞춤메뉴 닫기

맞춤알림 설정

알림설정하기

제주특별자치도청 및 도청 산하 홈페이지들의 정보 알림을 설정합니다.
선택하신 메뉴에 정보가 업데이트되면 알림톡, 문자(SMS)으로 안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1. 카카오톡을 이용하시는 회원님의 경우 알림톡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제공됩니다.
2. 카카오톡 미설치, 알림톡 차단 회원님은 문자(SMS)를 통해 안내가 전송됩니다.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비회원 로그인

맞춤알림 닫기

추천정보

지금, 제주, 추천정보

pick! 한라산 제주 돼지고기 판매 인증점 안전인증 농어촌민박 여성인재 DB 등록 신청/수정 탐나는전 제주 향토음식점 여권 안심 무인택배 시스템 운영

게시물 (최근 7일 기준)

최신등록 및 업데이트 메뉴

추천정보 닫기

오늘의 방송일정을 확인하세요.

2025. 12. 09

오늘의 생중계 일정이 없습니다

생방송 목록 닫기

AltStyle によって変換されたページ (->オリジナ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