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봉사’로 세상에 선물이 되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노동변호사 현천욱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72)의 좌우명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김&장법률사무소(김앤장)에서 만난 현 변호사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봉사’였다. ‘봉사’에 대한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의 눈빛은 누구보다 반짝 빛났다.
현 변호사는 “제 좌우명 중 하나가 ‘세상에 선물이 되자(Be a Gift to the World)’이다”라며 “세상에 선물이 되기 위해 언제나 어디서나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서 고(故) 현평효 제주대학교 초대 총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현 변호사는 제주서초와 제주제일중을 졸업했다.
제주제일중을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큰 뜻을 품고 서울로 상경해 서울고로 진학했다.
현 변호사는 “어린 시절 용두암과 한라산을 보면서 자랐다”며 “바다를 건너서 큰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항상 마음에 새겼다”고 회상했다.
현 변호사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 제18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법연수원(8기)을 수료한 후 1981년 판·검사가 아닌 로펌인 김앤장을 선택했다.
그는 “김앤장이 처음에는 변호사가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변호사 등 직원이 약 4500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설립 5년 만에 한국 1위, 10년 만에 아시아 1위에 올랐고 현재는 세계 굴지의 로펌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현 변호사는 김앤장 입사 후 미국 하버드 로스쿨로 유학을 떠나 1988년에는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으며, 당시 뉴욕 월스트리트 유명 로펌 설리번앤크롬웰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현 변호사는 “1980년대 미국은 이미 로펌 문화가 어마어마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곧 전문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 변호사가 귀국할 당시 우리나라는 1987년 6·29 선언 이후 전국적으로 노사분규가 봇물을 이루며 노동법 수요가 급증했다. 그가 우리나라 노동법 대표 변호사이자 로펌에서 노동법을 개척한 선구자로 발돋움한 게 바로 이때부터다.
현 변호사는 “변호사 초창기에는 노동법 외에도 상법, 무역거래법, 특허, 상표법 등 회사에 관련된 다방면의 다양한 자문을 담당했다”며 “그러나 미국 생활 이후 한국에 돌아오니 근로자들도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지기 시작했고, 노동조합 설립, 노동운동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김앤장에 노동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노동법 특화 자문에 나섰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노동법의 산 증인’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현 변호사는 법조인으로서 활동하면서 공익 활동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1990~1994년), 노동법개정특별위원회 공익위원(1992~1997년),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1992~1995년·1997~2009년), 주한미상공회의소 노동분과위원장(1993~1996년·1998~2009년) 등을 역임하며 정부의 노동 입법 및 정책 수립, 노동법 개정 등에도 기여했다.
현 변호사는 고향 제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는 제주국제협의회 제7대 회장(2011~2013년)을 맡아 제주의 미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며 ‘제주국제협의회 20년사’를 발간했다.
또 제주금융포럼 회장을 역임하면서 학술지 발간, 국제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국제금융중심지로 제주의 발전 가능성을 연구·모색했다.
아울러 고향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탄생한 서울·수도권 거주 제주 출신 법조인 모임인 재경제주법조인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제주는 지리적으로 중국 북경·상하이, 일본 도쿄, 홍콩, 싱가포르 등 국제도시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며 “국제자유도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주가 ‘금융허브’로 역할할 수 있도록 첨단 인프라와 자본 등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노동변호사이자 고향 사랑을 실천하는 현 변호사의 종횡무진 활약상의 원천은 ‘봉사’ 정신에서 나온다.
1991년 서울한수로타리클럽에 가입하면서 ‘봉사’에 눈을 뜬 그는 1995년부터 1996년까지 회장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봉사’ 활동에 뛰어들었다.
현 변호사는 로타리클럽 회원들과 수많은 ‘봉사’를 진행하며 ‘세상에 선물이 되자’는 좌우명을 되새기게 됐다.
수십 년간 끊임없는 ‘봉사’ 활동을 펼친 현 변호사는 국제로타리 3640지구 총재(2013~2014년), 국제로타리 연수리더(2015~2017년) 등을 역임한 데 이어 로타리재단 세계이사(2023~2027년)를 맡으며 여전히 선행에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BMW미래재단 이사, 암웨이(Amway)미래재단 이사, 세이브더칠드런 이사 등을 역임해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익재단을 만들어 차세대를 위해 ‘봉사’ 활동을 실시하는 데도 기여했다.
현 변호사는 “로타리에서 ‘봉사’는 자기가 하는 일 ‘직업’과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 ‘차세대(청소년)’을 위한 것, 우리나라보다 어려운 ‘나라(국제)’를 돕는 것, 자기가 속한 ‘공동체(클럽)’를 위한 것 등 5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 3만5000개의 로타리클럽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인구 대비 최상위권의 로타리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주도가 두드러진다”며 “로타리재단의 프로젝트 중 하나가 ‘End Polio(소아마비)’인데, 4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1년에 30만명 가까이 소아마비로 목숨을 잃었지만, 지금은 100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로타리재단의 활동 성과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로타리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사명감을 갖고 로타리재단 세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며 “지역사회를 위한 수경재배 등 스마트팜 사업을 비롯해 고액 기부자 계속 발굴, 목표 총액 세계 3위권 유지, 회원 10만명 시대 달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27년에는 우리나라 로타리재단 10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열고 봉사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동건 기자 kdg@samda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