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절, 신구범이 그립다 - 삼다일보

이 시절, 신구범이 그립다
이 시절, 신구범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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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年12月08日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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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 전 제주도의원

지금, 제주는 잠자고 있다. 아주 긴 잠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신구범’이라는 인물의 도지사 퇴임 이래 30년 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구범 도정의 야심에 찬 역동성이 사라져 버렸으니 발전은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거나,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그러한 이 시대, 신구범 도정이 그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 현재 제주의 발전 모습은 거의 30년 전 신구범 도정이 이룩했거나 기반을 다져놓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삼다수와 풍력발전은 ‘위대한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제주를 생수 생산도시 ‘에비앙’과 견줄만한 지구촌의 명성 높은 도시로 탈바꿈할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에비앙은 알프스산맥 레만호 남안(南岸)의 조그마한 마을 이름이었다. 그런 마을이 세계적 명성의 관광도시로 변모한 것은 세계 최고로 자리매김한 에비앙 생수가 아니고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신구범은 제주의 생수 삼다수가 에비앙을 능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품질면에서 우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압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품질면에서 에비앙이 우위에 있는 것은 삼다수에 비해 미네랄 함유량이 많다는 것뿐이다. 이에 비하여 삼다수는 당뇨병과 고혈압, 동맥경화 등에 좋은 바나듐, 실리카의 함량이 월등히 높다. 또한 물맛을 거칠게 하는 질산성질소가 가장 낮아 여느 생수보다 부드럽다. 가격은 에비앙에 비해 삼분의 일 정도로 저렴하여 가격 경쟁력은 에비앙에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이렇게 에비앙을 능가하는 삼다수의 품질은 세계 유수의 수질(물)학회가 입증한 바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신구범은 해외 판매를 ‘펩시콜라’의 거대한 판매망을 이용하기로 하고 펩시 측과 잠정적인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 다만 삼다수의 생산량을 20배 올려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지만, 신구범은 개의치 않았다. 그 당시 삼다수의 1일 지하수 취수량은 웬만한 호텔의 1일 취수량에 채 미치지 못하여 지하수 고갈 문제로 지하수 증수(增水)에 제동이 걸릴 일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펩시와의 계약에 막 시동이 걸릴 무렵, 신구범은 선거에 고배를 마셔 도지사직을 내려놓아야 했고, 삼다수로 하여 제주를 세계적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상상해 보자. ‘제주도, 탄소 없는 섬 100% 달성’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한국의 각 언론에 머리기사로 장식되고, 세계의 유력 언론들이 주요 기사로 다룬다. 이어서 유엔 환경계획(UNEP)이 세계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으로 제주도를 선정한다. 그러자 제주의 농산물, 임산물 등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외국으로부터의 주문이 쇄도하고. 대형 병원 및 요양원과 식품 회사, 약품 회사 등 청정한 환경을 필요로 하는 육지의 기업들이 속속 제주로 몰려든다. 그럼으로써 제주지역 청년 실업률이 제로(Zero)에 근접한다. 또한 청정한 환경에서 관광을 즐기려고 스위스, 하와이를 찾던 관광객이 제주로 발길을 돌린다.

이러한 상상은 신구범이 행원 포구에 풍력발전기를 만들게 하는 시작점이었다. 탄소배출의 주범인 화력발전소를 없애고, 자동차를 움직이는 화석연료 휘발유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 풍력발전을 구상했던 것이다.

신구범의 그 구상은 옳았다. 현재 풍력발전기를 2배 정도 증설한다면 제주의 전력 자급률은 100%에 이를 것이며, ‘탄소 없는 섬 제주’가 결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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