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에 경찰서에서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가 지인으로부터 급하게 돈을 빌리게 된 일이 있는데, 돈을 모두 갚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지인이 저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주변으로부터 전해 듣기는 했습니다.
제가 돈을 빌릴 당시에 사업상 급하게 돈이 필요하였고, 이러한 상황은 지인에게 충분히 설명하였고 속인 사실도 없습니다. 그 이후에 사업을 접게 되고 경제적으로 힘들게 되어서 돈을 못 갚게 된 것이지, 못 갚게 될 것을 알고 돈을 빌린 것은 아닙니다. 저는 떳떳하기에 경찰서에 가서 있는 그대로 진술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요?
A. 경찰이나 검찰의 조사를 받을 때 많은 분들이 “그냥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십니다. 물론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대로 이야기 한다’는 것이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말을 해도 표현 방식이나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기록될 수 있고, 이 진술이 이후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자리에 있긴 했지만 관여하지 않았다”라는 진술을 수사기관에서는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부분만 강조할 수 있습니다. “돈을 잠깐 맡아서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다”라는 진술은 법적으로는 ‘횡령이나 공범관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물론 진술의 의미가 애매하면 수사관이 재차 물어보아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법률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표현이 결국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남을 수 있습니다. 확실하게 이야기할 내용은 확실하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내용은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사기관에서 작성하는 진술조서는 단순한 서류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 증거입니다. 특히 피의자가 조서에 서명·날인까지 했다면, 그 진술이 나중에 번복되더라도 “처음에는 인정했다”는 이유로 신빙성이 높은 진술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즉, 한 번의 실수로 남긴 진술이 사건 전반에 걸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수사 단계에서는 혼자 조사에 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호인은 조사에 동석하여 부당하거나 유도적인 질문을 제지하고, 진술 과정에서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을 조정하며, 조서 작성 후 내용이 왜곡되지 않았는지 검토합니다. 즉, 변호사는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권리 보호자이자, 불리한 진술을 예방하는 법률적 방패의 역할을 합니다.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법적 증거로 남는 행위입니다. 진술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나 오해가 장차 재판에서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았다면, 혼자 조사에 응하기보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신중히 진술 방향을 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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